저자: 나미히라 쓰네오(波平恒男) (류큐대학)

이 글은 오키나와(沖繩)의 역사체험과 그것이 만들어낸 ‘비무(非武, 반군사주의)에 의한 평화의 실현이라는 사상에 대해 논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오키나와의 오랜 역사와 그것을 둘러싼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합적 기억,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이 민중 사이에서 키워 낸 평화지향과 평화주의의 심성에 대해 개괄적인 고찰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분단 상황을 만들어 내고 고착화시킨 ‘냉전’의 시대와 21세기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냉전기 이후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다루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실제로 거론해야 할 많은 사안을 전부 끌어안지 못하고 지극히 한정해 고찰하고 있음을 먼저 밝혀둔다.

2014년에 필자는 오랜 연구성과로서 『근대 동아시아사 속의 류큐병합: 중화세계 질서에서 식민지제국 일본으로(近代東アジア史のなかの琉球併合: 中華世界秩序から植民地帝国日本へ)』를 간행했다(波平恒男, 2014). 이 책에서는 근대 일본에 의한 류큐(오키나와)병합과 조선의 병합(한국병합)과의 유사성, 그리고 그 관련성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하나의 큰 테마였다. 이 연구는 크게 나눠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종래 ‘류큐처분’이라고 불려온 1879년 일본으로의 오키나와 병합 사건을 ‘류큐병합’(류큐 왕국의 병합)으로 재인식했다. 이는 지금까지 ‘병합(처분)하는 측’[메이지(明治) 정부]의 시점을 중심으로 고찰되고 해석되어 온 역사적 사실을, 이를테면 ‘병합되는 측’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데 있었다. 즉, 류큐·오키나와 입장에서의 관점을 적절히 적용함으로써 종래의 역사인식에 자리잡았던 일본중심사관을 상대화하고, 보다 객관적인 역사상으로 정정하고 보정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의식이었다. 그다음 문제의식은 근대 동아시아에서의 커다란 변동 속에 류큐병합을 적절히 자리매김하여 고찰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맥락, 즉 예로부터 내려온 중화제국중심의 국제질서에서 근대 일본의 식민지제국으로의 대두(신구제국의 교체)라는 맥락으로 본다면, 일본에 의한 ‘두 병합’(류큐병합과 한국병합)은 매우 유사한 사건이었다는 통찰이 가능하다. 졸저의 그와 같은 발상과 생각을 주장하기 위해, 조선·한국의 근대사는 나의 오랜 관심사였으며 그에 관한 연구도 축적해 왔다. 그러나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현대사나 ‘냉전’을 둘러싼 국제관계사에 관한 나의 지식은, 유감스럽게도 빈약하고 깊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