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학 명예교수)

비군사적이고 협조적인 동아시아 발전을 위해서는 동중국해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서로 불신감을 키워가고 군사화를 추진하고 있어 대립이 더욱 심화해가는 추세다. 역사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재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여기서는 오키나와(沖繩)를 중심으로 400여 년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Dower and McCormack, 2014).

14세기 후반에 통일국가로 대두한 류큐(琉毬) 왕국은 규슈(九州) 남쪽에서 타이완 사이에 뻗어 있는 오스미(大隅), 아마미(奄美), 오키나와, 사키시마(先島) 제도를 재빠르게 지배하에 두었다. 류큐 왕국은 거의 500년간, 명나라에서 청나라 말기까지 중국의 책봉국으로서 조공의 예를 거르는 법이 없었고, 약 200년간 내정적 자립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독립은 1609년부터 1874년까지 규슈 남부 사쓰마(薩摩)가 지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끝나게 된다. 그렇지만 사쓰마의 지배는 간접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근대 여명기까지 류큐 왕국은 표면상으로는 독립국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류큐는 중국과 일본에 종속되어있으면서도 독립국으로서 미국(1854), 프랑스(1855), 네덜란드(1859) 등과 통상협력을 맺고 있었다. 1879년, 류큐 왕국은 완전히 폐지되어 메이지 일본에 흡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