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번드 그라이너 함부르크 (사회과학연구원)

냉전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정의가 있다. 이토록 다양한 정의 중에서도 당대의 정치와 심리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두려움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통제하는 방법, 사람이 두려움에 대응하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중과 개인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과 사회는 ‘왜’ 그리고 ‘어떻게’ 두려워했는지, 왜 그들이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서 두려움을 이용했는지에 관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Greiner et al., 2009).

이러한 점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1950년대 유럽의 곳곳에서 아마겟돈(Armageddon) 핵무기에 관한 두려움이 증대된 시기와 한국전쟁 또는 금문도의 고립된 상황만 보아도 연관이 있다. 또는 강대국들의 제3세계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 베트남전쟁도 연관이 있다. 이러한 당연한 사례는 제쳐두더라도, 이와 동일하게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건이 있다. 바로 아시아-유럽 냉전 또는 1983년의 ‘전쟁 공포’다. 유럽에 미국 퍼싱 II형 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이 배치되었을 때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떨었고, 셀 수 없는 유럽인들이 거리에 나와 실재하지도 않는 ‘유로시마’에 대한 시위를 했다. 또한 동시기에 많은 남한 국민을 포함해 서양인들도 소련 공군의 공격으로 KAL 007기를 격추한 사건 이후 복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