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주목적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 전개했는지를 상세하게 서술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역사적 경험에 관한 이론적 해석을 시도하는 데 있다. 그 이론은 필자가 제안한 대안적 근대화론이다. 이론이 대안적이란 말은 근대화를 촉발한 서방이 아닌, 근대화 후발사회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현대 세계가 경험하는 근대화의 복합적인 과정의 역사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말이다. 서방에서 개시한 근대화론의 초기 전개과정에서는 근대화로 인해 세계 사회가 동질화하리라는 수렴론이 지배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실제 근대화 역사는 이질화도 결과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지금은 동질화뿐만 아니라 이질화도 일어난다는 점을 해명할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비서방세계의 관점도 유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지역은 동아시아(혹은 동북아시아, 극동아시아)에 국한한다. 이 지역의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 근접함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매우 미묘한 상호연관속에 서로 작용하면서 지내오는 동안 문화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드러내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특히 유교를 공통 문화유산으로 지니면서 아시아의 여타 지역에 비해 특별한 자본주의적 경제성장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므로 이 글의 주제를 다루기에는 아주 적합하다 하겠다. 다만 여기서는 자본주의의 개념 자체를 새삼스레 규정하지는 않는다. 본고에서 적용하는 근대화론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이미 근대화에서는 불가결한 구성요소의 하나로 작동하는 변화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근대화론에서 자본주의를 제외하거나 반대로 자본주의론에서 근대화를 도외시하면 그 이론은 불완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동아시아 자본주의 분석을 위한 이론적 틀로서 대안적 근대화론을 지면을 고려하여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