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월, 철학자 귄터 앤더스(Günther Anders)는 1945년 8월 6일 미국 공군이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히로시마를 곧 ‘세계의 상태(world condition)’라고 정의했다. 앤더스가 서베를린에서 개최된 반핵학생회의에서 ‘원자력 시대에 대한 테제(Theses for the Atomic Age)’란 주제로 보다 상세히 설명했는데 이젠 “우리 지구의 어떤 곳이거나, 심지어 지구 전체(Any given place on our planet, and even our planet itself)”가 “또 다른 히로시마(into a Hiroshima)”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Anders, 1962: 505). 또한 그는 냉전을 단순히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바로 핵군비경쟁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그것이 당시 정치, 사회, 문화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무엇보다 앤더스는 역사 속에서 인간 행위자(human agency)의 주체적 역할을 주장한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정반대로, ‘원자력 시대(atomic age)’를 곧 실존적 제약이라 인식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세상은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노력 없이도 어쨌든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들을 제대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다시 변화를 재변화시키는 것, 즉 우리 없이 세상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 궁극적으로 우리의 존재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Anders, 1980: 5; Nehring, 1956)
안보의 정치: 냉전 초기 영국과 서독의 반핵운동
저자: 홀저 네링 (스털링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