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근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오준방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19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성장,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진행되는 세계적인 탈냉전은 동아시아 관광산업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다. 자연 관광이나 문화유산 관광은 물론이고, 한국이나 타이완(臺灣)의 경우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과거의 국가폭력이 낳은 상처의 치유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재난이나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을 돌아보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 형성되었다. 더불어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지역을 돌아보는 전장 관광 등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전장 관광은 원래 미국의 남북전쟁이나 유럽의 제1차 세계대전 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찾아 전쟁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시작된 것이다(Lloyd, 1998; Seaton, 1999; 2000; Cooper, 2006; Chambers, 2012), 동아시아에서도 전쟁의 흔적을 담고 있는 지역을 방문하는 전장 관광이 일찍부터 존재해왔지만, 오랫동안의 냉전-분단은 본격적인 전장 관광의 형성을 방해해 왔다.

1970년대 오키나와(沖縄)를 시작으로 하여 1990년대 한국이나 타이완에서 진행된 탈냉전은 기존의 안보 관광을 평화적 전장 관광으로 변화시키거나 최소한양자를 미묘하게 혼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휴전선이나 판문점 관광을 넘어서서 금강산 관광 프로젝트가 남북 간 화해 협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타이완에서는 양안 간 대치의 최전선이었던 진먼(金門)이 새로운 전장 관광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냉전 하에서의 전장 관광이 대체로 민족주의적이고 안보지향적 프로젝트의 일부였다면, 탈냉전 하에서의 전장 관광은 상대적으로 성찰적이며 평화지향적 프로젝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Herborn and Hutchinson, 2014). 과거의 안보 관광이 그렇듯이 전장 관광 또한 기획 주체와 여행 주체가 항상 동일한 패러다임을 공유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종종 의도와 결과가 다른 효과를 낳는다는 점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