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 시리즈에 대한 첫 번째 기고에서 전 지구적 연구와 관련한 전 지구적 전문용어와 방법의 문제를 논의했다(Schäfer, 2010). 두번째 기고에서는 전 지구사의 장기적 경로를 에너지 전환과 향후 인구 증가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Schäfer, 2014). 이 글에서는 현재의 지역적 자본주의와 전지구적 기술과학이 당면한 곤경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곤경(predicament)이란, 안전지대로 즉시 피할 수 있는 출구가 없는 문제적인, 위험한 상황을 일컫는다. 이는 21세기 초 인간이 처한 상황이다. 나는 인류가 이론적으로는 “자신과 지구 생태계를 집단적으로, 협력적으로,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는”(Schäfer, 2014: 108) 지구상의 절대 강자이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가공할 만한 힘의 원천인 자본주의와 기술과학은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복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우리 지구의 자연을 세계 모든 사회의 염원 및 능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일부 개인과 유엔의 193개국 중 일부 국가의 부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대규모의 경제적 불평등을 보여준다. 전 지구적 생태 환경에 대한 주요 과학적 지식 또한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파괴적인 환경 악화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향후 50년 동안 판게아 II의 대재앙의 발생 가능성은 실제적이며 당면한 위험이다. “역사적 인식과 전 지구적 통찰력 그리고 제도화된 규제를 갖춘 전 지구적 거버넌스(planetary governance)는 지구와 인류의 성공적인 친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만(Schäfer, 2014: 115, 97), 이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인간의 힘과 이해는 자멸의 방식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기술과학이 지속 가능한 상태로의 발전을 막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물질적 부를 가져다줄 수 없다고 전제해야만 하는가? 기술과학은 그 자체로는 모든 사회를 자연과 조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