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리사 요네야마 (토론토 대학)

지난 수십 년간, 국가가 어떤 식으로 과거를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열띤 토론과 논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에서 목격되었다. 국내외적으로 교과서, 기념일, 기념관, 기념비, 정부의 간섭과 검열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은 이른바 ‘국민사(national history)’라고 할 수 있는 담론 지형을 중심에 두고 벌어졌다. 국민사란 역사를 물화하고 대개 국가가 공인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재현하는 역사를 가리킨다. 그리고 인종-민족적으로 혹은 영토적으로 규정된 실체로 여겨지는 하나의 국민 전체가 이러한 과거를 집단적이고 단일한 방식으로 공유하며 숭고한 경험으로 기억하게 된다. 아시아와 태평양에 걸친 국민사 논쟁의 모든 사례들은 주로 일본의 식민, 군사 폭력에 관한 기억 및 미결 배상 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 서로 다른 여러 언어권의 주류 언론들이 예외없이, 그리고 거의 동시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폭력의 역사적 기억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국내·국제 분쟁, 소송, 대중적 논란에 관해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위안부’ 배상 문제에 관해 2015년 12월에 발표된 한·일 간의 ‘합의’, 그리고 2016년 5월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이 있다. 정치 지리적 이해에 따라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국제적 퍼포먼스는 국가 대 국가의 화해를 촉진하여 군사-안보-경제 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나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북미 여러 국가의 대중 사이에서 심각한 논쟁을 촉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