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시인 김지하가 쓴 판소리극 ‘똥바다’의 공연 및 음반제작에 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의존을 신랄하게 풍자한 이 작품이 “한일관계를 종속적으로 묘사하고, 검은 음모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극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며, 전체를 상징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에 의한 ‘기생관광’ 장면이다. 김지하는 의도적으로 ‘조선’, ‘아리랑’, ‘이순신’ 등 한국사회의 ‘진정성’을 상징하는 단어와 함께 섹스 투어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당시 한일 간의 뒤틀린 관계를 표현했다.
실제로 ‘기생관광’은 한국 관광산업의 초기에 해당하는 19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획된 관광상품이었다(박정미,2014). 미국의 관광전문가가 일본인 관광업자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1968년 한국교통부(1968)의 자료 “한국관광진흥을 위한 종합대책”에 실린 ‘한국관광사업 조사보고서(발췌)’를 통해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50~60년대의 고도성장을 거치고 1965년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일본인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품격 있는 성적 매력’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관광진흥정책 아래 일본인 관광객은 당시까지 가장 많았던 미국인 관광객을 제치고 1968년이후 50% 이상의 비율을 유지해갔다.애초에 기생은 일제강점기부터 아리랑, 갈비, 한복, 한옥, 공예품 등과 함께 ‘진정한 조선’(Ruoff, 2010)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