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경제는 경제 불황과 더불어 고령화와 인구감소 그리고 향후 수십년간 노동력의 감소가 예상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경제적 불안감과 반목, 불화를 수반하는 것이었다(빈부격차의 증대, 정규직 감소에 대한 불안감 증가, 사회복지 시스템과 공공연금의 유지에 대한 어두운 전망).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력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차별성 및 우월성의 주장, 즉 일본인 담론(nihonjinron discourse)으로 대변되는 주장들은 사그러들었고(Iwabuchi,1994),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민족주의적 담론과 민족의 우수성을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Abe, 2001; Yoda, 2000). 이러한 행동 중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근대사에 대한 자학적인 관점에 대항하고자 역사교과서를 상당 부분 개정한 것은 가장 두드러진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Japanese Society for History Textbook Reform)>이라는 우파 수정주의 집단은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좌파 지식인들과 매스미디어에 의해 전파된 자학적인 역사관을 부정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비록 오랫동안 억제되어온 “기억전쟁”의 표현은 다른 나라의 전쟁 이후 시기에도 목격할 수 있었지만(Huyssen, 2003),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위안부”, 난징 대학살과 같은 문제들의 책임에 대한 민족주의적 재평가 작업은 일본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Morris-Suzuki, 2005). 이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작업은 고바야시 요시노리 그룹의 일원이 만든 『전쟁론(Sensouron)』(1998)이라는 만화책이다. 이 만화는 일본이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한 “자학적인” 역사관을 거부하면서, 서양의 제국주의에 맞서 스스로의 가족과 아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죽어간 애국적인 병사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만화책은 대동아전쟁을 불합리하게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인의 역사관과 사이버 우파와 맹목적 애국주의 운동이 증가하게 된 것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이는 뒤에서 논의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