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21세기’를 점쳐보는 서방지성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서방지성의 눈에 비친 아시아의 후진적 특성을 개관하고, 20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오리엔탈리즘 비판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아시아관에 대한 자가성찰을 살펴본 다음 근대화에 성공한 아시아에 대한 서방의 재평가를 고찰한다. 다음으로 아시아 내부에서 바라본 아시아의 모습에 대해 논한다.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근대화 초기에 유행하던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수용하여 자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나, 이후에는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론 부분에서는 아시아란 무엇인가를 아시아의 사회문화적 다양성, 아시아 자체의 내재적 아시아 이해, 아시아의 대안적 담론의 성격에 대한 성찰, 21세기 전지구적 무대에서 아시아의 역할, 신문명 시대의 도래와 관련한 아시아의 역할, 아시아 자체의 자아정체의식, 소위 ‘아시아의 21세기’를 위한 아시아의 과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점검한다.
“우리는 근대성의 역사적 경과를 진실로 역동적인 과정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말하자면 근대성의 중심이 어떤 특정 지역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동아시아가 전 지구적 근대성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Tiryakian, 1990: 20). 이것은 1989년 필자가 한국사회학회 회장 자격으로 서울에서 개최한 “21세기 아시아: 도전과 전망”(Kim and Lee, 1990)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에서 티리야키안 교수가 한 말이다. 티리야키안 교수는 이미 그 전에도 근대화의 ‘진원지’가 북아메리카에서 동아시아로 이전 중에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1984; 1985), “우리는 현재 전 지구적 중심축이 이행하는 시대에 있다”고 선언한 일도 있다(King, 2002: 147). 그 후 1990년대에 홍콩에서 열린 어떤 국제회의에서도 ‘21세기의 아시아’ 라는 주제를 내걸었고 거기서 제기한 주요 쟁점은 “과연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인 가?”라는 것이었다(Chow and Chow, 1997: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