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90년대 초부터 등장한 우리나라의 동아시아 담론을 ‘경제공동체 담론’, ‘정치안보적 동아시아 담론’, ‘동아시아 아이덴티티 담론’, ‘대안체제 담론’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 담론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 그 주된 내용 및 주장을 비교하여 살펴보고, 이들 담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검토하였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이상 네 가지 담론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교정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동아시아공동체 담론’이라 명명한 새로운 유형의 담론을 소개하였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의 외연, 동아시아 공동체의 성격,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과 정체성 형성의 방법론 등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가지 논의와 관점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고 다듬어 이 새로운 담론 유형의 전제로 삼았다. 이는 그간 각각의 분과학문의 경계 내에 머물러 있던 동아시아 담론들 사이에,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다 전향적이고 역동적인 학문적 소통을 재촉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동아시아’란 주제는 우리 학계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대상 중 하나였다.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학술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연구주제도 드물거니와 이를 의제로 다루는 학문영역 또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모든 영역을 고루 포괄할 정도로 폭넓은 외연을 자랑한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하겠다. ‘동아시아 담론’이라 부를 만한 학문적 논의는 초기에는 문학·역사학·철학 등 인문학자들, 특히 한·중·일 3국의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말부터는 동아시아 발전문제를 다루는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동아시아의 특수성을 나름대로의 틀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같은 시기에 동아시아에 경제공동체와 안보공동체를 형성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경제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글은 이처럼 ‘동아시아’란 화두를 둘러싸고 그동안 제기된 각종 논의를 정리하여 유사한 것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보고, 이들 각 유형의 담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것의 주장하는 바, 그리고 각 담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전에도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박승우, 2008a; 2008b), 이 글에서는 그 이후에 제기된 논의를 추가하고 각 유형별로 보다 상세한 설명을 보강하는 한편, 이전에 제시한 유형 분류를 조금 수정하고 새로운 유형을 첨가하여 논의를 보다 심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