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강원 (전북대학교 지리교육과)

이 글은 근현대 지리학자들의 아시아에 대한 연구 경향을 살펴보고, 한국의 지리학이 아시아에 대해 연구할 때 고려되어야 할 의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아시아의 공간적 범위와 하위지역 구분 문제에 대해 검토하면서, 아시아라는 개념과 하위지역 구분의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둘째, 제국주의와 세계대전 시기 지리학의 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리히트호펜의 중국연구, ‘그레이트 게임’과 ‘로프노르 논쟁’, 지정학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당시의 지리학은 열강의 지정학적 쟁탈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셋째, 냉전과 탈냉전 시기 지리학의 아시아에 대한 연구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냉전 시기 지리학은 과학화를 과제로 삼고, 지역지리학을 경시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연구 역시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탈냉전 시기에 이르러 지리학의 아시아에 대한 연구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지리학이 아시아를 연구할 때 아대륙(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또는 국가 규모의 지역지리 서술 그리고 지정경학 및 환경론적 주제들에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이나 전문가에게 있어 일반적으로 지리학은 땅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리학은 땅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지리학이 지질학과 분리되어 대학의 학과체제 속에 자리 잡았을 때, 지리학의 목적은 땅 자체의 해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해명’에 있었다. 철학은 사변과 논리를 통하여, 역사학은 문자로 남겨진 기록에 의거하여, 고고학은 물건을 통해, 문학은 작품에 근거하여, 사회인류학은 발전단계 비교에 의해 인간을 해명한다는 구분 속에서, 지리학은 지표변화를 통해 인간을 해명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리학의 목적은 인간의 해명이고, 방법은 지표공간 변화의 탐구에 있었다.

지표공간은 기후, 지형, 수문, 식생, 동물, 촌락, 도시, 교통,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공간적 요소들이 지표 위에 어떻게 배열되고 변화하며, 그것이 인간사회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해명하는 것이 19세기 중반 대학의 학과 체제에 속하게 된 지리학의 목적과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