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우리나라의 남아시아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연구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 남아시아 연구에 시각과 방법론을 제공한 서구의 연구전통을 살펴본 바, 서구의 남아시아 연구전통은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통하여 비서구 세계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조성해왔다는 점이 특히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남아시아 연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70년대 이전 2차 자료를 주로 이용한 종교와 철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 남아시아 연구의 중심을 이루다가 1970년대와 80년대에 학자들의 관심분야가 종교, 철학 이외에 정치 분야에까지 확대되는 시기를 거쳐, 1990년대부터는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로 연구가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지역연구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 이후의 연구 경향은 분과학문 전문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법칙정립적 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지역전문가들이 주로 수행한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한 연구로 대별될 수 있다. 전자는 이론의 도출을 위한 일반화를 목표로 하며, 보편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는데 비하여, 양적인 비중에 있어서 주도적 흐름을 이루는 후자는 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추구하며 지역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의 남아시아 연구는 이러한 두 가지 경향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여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는 외부의 시각과 내부자적 시각의 공존과 균형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독자적 시각과 연구방법, 이론을 도출해내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적 범주로서의 인도라는 개념은 불교와 함께 우리에게 전해져서 ‘천축(天竺)’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우리의 지식체계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불교는 이제는 거의 우리 전통의 일부가 된 반면, 인도 또는 남아시아는 천 수백년 전 소수의 구법승들이 목숨을 걸고 기나긴 시간을 투자하여 찾아 나섰던 미지의 땅이며, 머나먼 곳으로만 우리에게 인식되었다. 근대화 이후 서양식 학문체계가 도입되어 주류를 형성하면서 남아시아 지역에 관한 전통적인 지식은 자연스럽게 묻혔고, 이후 식민통치시기에 인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의 피식민지배국가로 이해되었다. 민족운동을 통해 해방을 염원하는 조선과 유사한 처지의 나라로 이해되면서 남아시아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화되었다. 그러나 해방 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반공산주의가 팽배했던 한국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남아시아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보인 비동맹 외교정책이 친공산적 태도로 비춰지면서 우리나라의 적대국으로 인식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