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번순 (삼성 경제연구소)

이 연구는 1970년대 말 이후 한국에서의 동남아 경제 연구의 성과를 개관한 것이다. 시기별, 주제별, 지역별 연구의 현황, 그리고 연구자의 성격을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동남아 경제 연구는 국제경제연구원에서 시작되어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이르기까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연구결과는 주로 정책 보고서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일반 학술 논문의 경우도 정책지향성이 강했다. 시기별로는 동남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의 연구가 많았고 지역으로는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연구주제는 현지 경제연구가 많았으나 한국기업의 진출 환경, 한국과 동남아와의 협력관계에 대한 연구도 많았다. 동남아 현지 경제를 연구한 경우, 일반적인 경제분석이 많아서 연구의 구체성과 깊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경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교육과정의 개편, 국제경제론의 방법론 대신 지역지향적인 현장 연구 강화, 정부나 대학에서의 연구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동남아 수출은 2010년 532억 달러로 총수출의 11.4%를 차지하고 있고 수입은 441억 달러로 전체의 10.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동남아 무역수지는 2010년 91억 달러의 흑자이다. 총교역 973억 달러는 오랜 경제협력 대상국인 미국 및 EU와의 교역 규모보다 더 많아, 중국에 이은 2위 규모이다. 동남아는 또한 한국기업의 가장 중요한 투자지역이다. 한국기업의 본격적인 해외투자는 1980년대 중반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동남아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섬유 및 신발업체들은 인도네시아로 진출했고, 부품 산업이 발전한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한국 전자업체들의 주요한 생산기지가 되었다. 또한 1980년대 말 베트남이 개방을 시작하자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베트남으로 대거 진출했고 현재까지 제조업, 서비스, 건설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은 한국과 오랫동안 같은 정치적 입장에 서 있었지만, 또 다른 입장에 서서 베트남에 참전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과 동남아는 1990년대 후반 동시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한국은 또한 위기 이후에는 아세안+3 체제를 발족시키는데 아세안과 협력했으며, 경제협력의 심화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나아가 중국의 고도성장 및 영향력 확대에 따라 동아시아 질서가 급변하면서, 중규모 국가로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동남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생겼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