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배병인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유로존(Euro-zone)은 달러화 중심의 패권적 국제 통화질서에 대한 수정주의적(revisionist) 대응으로써 출범하였다. 유로존은 경제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국제정치적인 구조물이며, 그런 이유로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는 유로존이 이른바 최적통화지역으로서의 경제적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통화질서를 수정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동인에 기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로존 출범의 기초가 되는 이러한 정치적 동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며,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유로존이 재정 통합을 비롯한 관련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스를 필두로 한 이른바 ‘PIIGS’ 국가들(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급기야 유로존(Euro-zone) 전체의 붕괴 또는 분열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출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의 준 국가부도 사태가 총파업과 총리 사임 등 국내 정치적인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그 해결 전망이 모호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공공부채가 1조 9,000억 유로(한화 약 3,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유로존의 해체 이외에는 현재의 대규모 위기를 극복할 다른 방도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Roubini, 2011). 거듭되는 경제위기로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지난 11월 8일에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연합을 경제적 우등국과 열등국의 이원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연합뉴스 11/11/11). 이러한 발언은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가 향후 유로존 내부의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혀져 유로존의 분열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