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일본의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새로운 집권정당으로 등장하였다. 1955년 창당 이래, 1993~94년의 일시기를 제외하고, 근 50여 년 동안 일본을 통치해온 거대 정당의 패배를 전후하여, 오히려 일본 내외의 학계에서는 자민당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예일대학 교수인 사이토 준(齊藤淳)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소위 ‘이익유도정치’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가능했지만, 그 모순의 축적이 결과적으로 자민당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가설을 세운 자신의 예일대학 박사논문을 일본어판으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齊藤淳, 2010). 크라우스와 패케넌(Krauss and Pekkanen)은 자민당이 스웨덴, 이탈리아, 이스라엘의 집권 정당들보다도 장기간 집권하는데 성공했으며, 세계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성공한 정당 모델의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가능하였던 요인을 후원회, 파벌, 정무조사회 등의 제도적 요인에서 구하며 이를 논증하는 연구서를 발표하였다(Krauss and Pekkanen, 2011). 1990년대 중반 자민당이 일시 권력을 상실하였을 때, 자민당 38년 통치에 대한 통사를 저술하였던 도쿄대학 법학부의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교수도, 그 이후의 자민당 정치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후기와 함께 문고본으로 이 책을 재간행한 바 있다.
사실 현대 일본정치를 연구하거나 이해하는데 있어서 자민당의 존재를 빼놓고서는 거의 아무 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 냉전시대 초기에 결당된 이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자민당이 배출한 정치가, 그들이 주도한 법률과 정책, 자민당을 둘러싼 정치세력 및 이익집단들과 그 상호작용이 일본 정치의 틀을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9년 총선거에서의 패배를 계기로 일본 내외의 학계에서 자민당 정치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 시기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일본정치에 관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일본과 한국의 주요 대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매우 활발하게 현대 일본정치에 대한 주요 연구들을 발표해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철희 교수가 창당 이후부터 2009년 선거 패배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자민당 정치에 대한 저서를 출간하였다. 출간의 타이밍도 그러하거니와, 이 저서는 지금까지 써왔던 논문들을 단순 재수록한 것이 아니라 일관된 분석틀로 50여 년에 이르는 자민당 정치의 구조와 특성을 통사적으로 밝혀내려 한 점에서 각별히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