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붕괴 이후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었던 러시아가 다시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러시아-조지아 전쟁에서 러시아 연방군대가 조지아의 수도를 향해 진격하고 있을 때 세계 각국의 언론은 이를 세계정치 무대로 러시아가 재등장한 사건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1990년대 러시아가 겪었던 국내적 혼란과 대외적 위신의 추락은 2000년대 접어들어 정치사회적 안정과 국제 무대에 있어서의 발언권 증대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에너지 부국 러시아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국제 석유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스스로 에너지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면서 국제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추구해왔다. 러시아가 국내외적인 혼란과 쇠퇴를 경험할 무렵이었던 1990년대 조차도 많은 정치엘리트들은 러시아가 다시 강대국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해왔다(Larson and Shevchenko, 2010: 194). 같은 맥락에서 1993년의 ‘러시아연방의 대외정책 개념’에 나타나 있듯이,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는 옛 소련의 영역 안에서 안정과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Russian Federation, 2005). 특히,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지역적 강대국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크렘린에 복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외정책 기본방침에서도 확인된다(Путин 2012). 푸틴은 일찍이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의 지위로 러시아를 올려놓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표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