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문은 ‘포스트모더니티’란 이슈가 누구를 위한, 누구의 입장에서 제시되었던 문제인가에서 시작한다. 지역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무시한 외관적(外觀的, etic) 관점만을 방법적 시각으로 동원할 경우, 그것은 궁극적으로 외부를 위한 지역 연구일 수밖에 없다. 종래 우리가 ‘지역연구’라고 불렀던 ‘지역’은 냉전시대에 구축되었던 개념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쇄국적 성격에 기반한 ‘지역’을 관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이 때 ‘관리’라는 용어에 담긴 외관적 시각은 궁극적으로 착취를 지향하며, 지역은 외부의 이익창출을 위한 자원이라는 자격을 부여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한국 학계의 지역 연구에서는 미국과 서구중심적 시각에 안착하여 ‘XX지역’을 구성하는 ‘누구’의 속성에 대해, ‘나’의 시각을 갖추지 않은 채 서구에서 생산된 지식을 우선하는 관점종속의 현상(관점식민주의)이 지속되어 왔다.
이제 지역연구는 ‘누구를 위한 지역연구인가?’라는 질문, 즉 관점의 문제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대중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탈냉전과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지역연구를 하려면, 정치경제 중심의 외관적 관점으로부터 사회문화 중심의 내관적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 지역은 내관과 외관이 각축하는 상상공동체이며,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인가 하는 관점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 위에 설정된 지리적 공간 내의 주민 정체성과 문화주권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나는 지역이라고 부른다. 또한 관리라는 용어는 공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 공생적 개방성을 전제로 한 지역연구에서는 방법론상 선결조건으로 상대방의 문화주권에 대서 먼저 생각을 해야 하며, 조사와 연구의 권위성에 대한 자성을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 뒤르카임(Durkheim)이 제시하였던 ‘사실(事實)’로 돌아가, 그 ‘누구’의 내관이 지역연구의 출발점이라는 인식 아래, 분석적인 지식이 아닌, 총체적인 삶의 지혜를 배우는 지역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