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2010년 8월 18~19일 “Non-killing Korea: Six Culture Exploration(비살생 한국: 6개국 문화자원 탐색)”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아시아연구소가 창립된 지 막 1주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국제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으로부터 20여 명의 인문사회계열 학자들이 참석하여 9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 비록 외부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작은 회의였지만,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국 정치학 연구에서 비살생과 비폭력적 접근법을 제시한 초유의 학제 간 협력이자 시도였다는 평가에 전원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비살생 평화연구는 장차 한반도의 통일과정에서도 깊이 있게 논의될 가치가 있다는 데에도 참석자 전원이 공감하였다. 회의를 마치면서 참석자들은 발표된 논문들을 수정·보완하여 한 권의 저서로 발전시켜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대학교출판부는 2012년 2월 Non-Killing Korea: Six Culture Exploration이란 제하의 영문저서를 출간하였다. 바로 위에 언급한 국제회의의 결과물이다. 세미나 이후 하와이에 있는 Center for Global Nonviolence의 창립 소장인 페이지(Glenn D. Paige) 교수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아시아연구소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청시(Ahn Chung-Si) 교수가 일 년 반 동안에 걸쳐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편집 작업을 거쳐 드디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두 공동 편저자의 비살생 정치학 정립을 위한 오랜 학문적 교감과, 하와이대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두텁게 다져온 교분의 흔적이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의미 있는 저서이다. 특히 페이지 교수의 삶과 학문의 궤적으로 보면, 일생에 걸친 한국사랑과 한국학 증진에 대한 지적 헌신이 곳곳에 묻어나는 저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독자들은 이 책의 행간을 관통하고 있는 동기와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비살생 한반도를 위한 6개국의 문화자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