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시타 사에코 (오사카시립대학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일본의 뮤지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 증가해 왔으며, 그 정점은 2008년이었다. 현재 일본 전국에 있는 뮤지엄 수는 7,000~8,000여 개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정통 문화를 전시하는 ‘성당(聖堂)’으로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뿐 아니라, 파퓰러 문화 또는 하위 문화를 수집하여 전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뮤지엄이 눈에 띈다. 이 글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뮤지엄을 ‘파퓰러 문화 뮤지엄’으로 정의하고 그들을 연구하기 위한 분석 틀과 연구 의의를 제시할 것이다.

 ‘파퓰러 문화 뮤지엄’이 성립하는 데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이 작용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고급문화나 문화유산을 전시해 왔던 뮤지엄이 ‘파퓰러 문화’를 추가로 전시하고 관람객의 체험 또한 ‘파퓰러 문화’가 되어가는 현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파퓰러 문화’를 수집하여 전시하는 시설과 장소가 ‘성지(聖地)’로서의 뮤지엄을 새롭게 형성해 가는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만화, 드라마, 영화, 음악, 화장 등의 파퓰러 문화가 그 영향력을 확장해 가는 양태는 장르별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파퓰러 문화 뮤지엄이 지역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관광산업과는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는 각각의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니는 경쟁력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일본, 한국, 기타 지역에 있는 파퓰러 문화 뮤지엄 역시 상이할 것이다. 각 국가에서 ‘소프트 파워’를 구성하는 주인공은 어떤 장르의 파퓰러 문화인가. 이들은 해당 국가의 국가적 담론과 연계하여 어떻게 뮤지엄으로 구현되는가. 이에 관한 동아시아 내 비교 연구는 앞으로 파퓰러 문화의 수집과 공유 그리고 소비를 둘러싼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