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인들은 종종 질문을 던지곤 한다. 왜 한국이 분단되었을까? 가장 간단한 답은 냉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한반도가 분단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분단은 냉전시기에 분단 또는 분할 점령되었던 다른 국가, 즉 독일, 오스트리아, 베트남, 그리고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한반도가 분단되었는가? 유럽에서 분할 점령된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였고, 이들은 전쟁 범죄 국가였다. 독일 분할 점령의 기본적 목적은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다시는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독일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이 점령에는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참여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시아에서의 분할 점령 국가는 일본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분단이 된 지역은 전범 국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의 태평양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이었다. 바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이었다. 한국은 식민지로, 중국은 전쟁터로, 베트남은 5년간의 점령으로 일본의 태평양 전쟁 피해자였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에게는 분할 점령되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가?

또한 한국과 중국이 아직도 분단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면, 오스트리아와 베트남 그리고 독일은 모두 통일되었다. 통일 과정이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냉전체제가 동요할 때 통일을 이룩했다. 오스트리아는 제3세계가 형성되었던 1955년, 베트남은 닉슨독트린 이후 데탕트가 형성되었던 1970년대 중반, 그리고 독일은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된 시기에 통일을 이루었다. 그런데 왜 한국과 중국은 아직도 분단되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