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탑승한 비행기가 한 시간 반쯤 걸려 중국 하얼빈에 우리 일행1을 내려놓자 곧장 택시를 달려 하얼빈 시의 외곽에 위치한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만행과 전시 범죄 죄상 자료를 보관하고 연구하는 731부대 진열관(侵華日本軍第731部隊罪證陳列館)을 찾았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관동군이 생체실험을 통해 전쟁용 화학세균 살상무기를 개발하던 731부대가 있었던 지역으로, 중국 정부가 일제의 비인도적 만행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국가유적지로 전시해 둔 곳이다. 얼마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晉三)가 관동군 생체실험 부대를 떠올리게 하는 ‘731’이라는 숫자가 또렷이 쓰인 훈련기에 탑승하고 활짝 웃는 사진이 공개되어 한국은 물론 피해 당사국인 중국과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반일여론을 들끓게 했던 일을 상기시켜 주는 곳이기도 하다.
만주 지역에서 일본군 731부대가 자행했던 독가스 사용과 세균전용 생체실험 대상에는 전쟁포로뿐만 아니라 반일·항일 활동가와 사상범, 생활범죄자, 심지어는 불온으로 분류된 지역공동체의 주민까지도 강제로 동원되었다. 이곳의 자료와 전시물들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단적으로 증언해 주는 대표적 죄증(罪證)들로 꼽힐 만하다. 731부대의 세균전쟁용 생체실험은 일본의 내각과 육군성의 후원 하에 조직적, 체계적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협약이나 전쟁포로에 대한 조약과 규정들을 어기며, 살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은 생명윤리에 반하는 무자비한 방법을 사용하는 범죄 행위였다(서이종, 2013: 55-118). 이 생체실험의 대상에는 중국인, 소련인, 조선인들이 다수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