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혜영 (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오늘날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중국과 인접한 인도차이나 반도에도 변화상을 불러왔다. 그동안 일본의 원조수혜를 받아왔던 인도차이나 반도의 저개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는 국가 최대의 원조와 투자국 지위를 중국이 대체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중국과 가까워졌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과거 최고 우선순위가 되었던 중국과 소련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대외관계 다변화 및 세계 다자경제와의 통합 노력으로, 미국·일본과의 관계가 큰 폭으로 강화되었다. 오늘날 베트남의 새로운 고민은 일본과 한국의 원조 및 투자, 대미 무역흑자에 의해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진전된 국경협력 성과를 도출하고, 상대적으로 남중국해에서 해양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중국과의 내적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지정학적 고민이다. ‘미-중 대결구도’ 상황 속에 서 새로운 국가운영 계획을 필요로 하는 베트남 정부는 육상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해상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및 해양경제력 강화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경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나, 남중국해 해양영역 관할권분쟁 속에 놓인 베트남에게는 육상과 해상에서의 대중관계 설정과 협력문제가 국가적 고민으로 등장한 것이다.

한편, 중국에게 있어 베트남이 가진 지정학은 여전히 동남아시아 세력균형을 재편할 수 있는 변수를 지닌 존재다. 중국은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해 남중국해 로 향하는 해상통로를 원만하게 확보하고 육상, 국경의 베트남 통로를 통해 윈 난(云南)성과 광시(广西)자치구 경제권을 아세안으로 확장하는 실크로드 회랑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베트남을 둘러싼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서로 이웃하면서, 갈등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고민을 담았다. 연구에서는 남중국해 갈등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관계에 놓인 양국이, 육상 연계성(connectivity, 互联互通) 1 사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더불어, 역내 세력균형의 지렛대가 되는 양국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 가에 대한 탐색을 연구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이하 ‘일대일로’로 칭함)와 양랑일권(两廊一圈, Hai hàng lang, Mô. t vành đai, 이하 ‘양랑일권’으로 칭함)의 연계성 협력과 남중국해 갈등이 지니는 지정학을 배경으로 양국 전략협력의 공통분모를 각국의 인식과 입장에서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