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도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개인 권위주의 체제(personalist authoritarian regime)하에서 권력승계는 리더십 승계와 동일시된다. 리더십 승계는 “한 지도자에서 다른 지도자로의 권력 전환 과정”이며 이 과정은 “확립된 절차에 의거하여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지도자의 퇴장으로도 발생”한다(Clapham, 1988; Govea and Holm, 1998). 본 논문이 분석할 2019년 카자흐스탄의 권력승계 역시 지도자의 퇴장으로 발생하였다. 그렇지만 그 퇴장이 예상치 못한 퇴장은 아니었다. 2019년 카자흐스탄의 권력승계는 꼼꼼히 조율된 권력승계의 전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89년 6월 22일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Kazakh SSR)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로 취 임한 이래 2019년 3월까지 장기집권하고 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는 현지시각 2019년 3월 19일 오후 7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사임을 공표했다(Назарбаев, 2019). 그는 국민의 지도자를 뜻하는 엘바스(Elbasy)의 칭호를 비롯한 복수의 특권들을 보장받은 채 ‘퇴진’하였다. 대통령직은 카자흐스탄 헌법 48조 1항에 의거하여 3월 20일 상원의장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Kassym-Jomart Tokayev)가 승계하였다.

합리적 선택의 관점에서 독재자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장기간 유지하기를 희구한다(Geddes, 1999: 125). 나자르바예프 정권과 같은 개인 권위주의 체제에 서는 위와 같은 유인은 더욱 증대된다(Geddes et al., 2014; Bratton and Van de Walle, 1997). 더욱이 퇴임 후 처벌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독재자는 장기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Goemans et al., 2009; Geddes et al., 2014). 그렇다면 이 선으로 퇴진한 나자르바예프는 비합리적 선택을 한 것일까? 후술하겠지만 나자 르바예프의 퇴임은 비합리적 선택이 아니었다. 그는 ‘퇴진’ 이후 권력복점(power duopoly)의 제도화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편으로 자신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최소화시키고 있다. 본 논문은 나자르바예프의 퇴진을 합리적 선택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이를 실증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권위주의 성립, 권력승계 진행과정 그리고 권력승계 이후 정치과정을 추적하여 해당 권력승계의 기제를 규명하고자 했다.

기본적으로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독재 체제 국가들의 권력승계를 분석한 연구는 적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례와 정보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중앙아시아에서 권력승계가 발생한 국가는 발생순서대로 2006년 12월 투르크메니스탄, 2016년 9월 우즈베키스탄, 2019년 3월 카자흐스탄의 사례만이 존재한다. 본 논문은 위와 같은 사례의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포스트 소비에트 개인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의 권력승계 사례들도 비교준거로서 검토하였다. 정보의 불확실성 역시 독재 체제 권력승계 분석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본 논문 역시 선행연구들과 동일한 제약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체제 생존과 체제 지속 요인들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의 권력승계를 분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