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재원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과학기술혁명과 정보화혁명을 넘어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담론이 유행할 정도로 정보와 지식에 있어서 어떤 한계도 다 뛰어넘은 것 같은 이 시대에조차 우리는 여전히 세계와 사회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소련이 해체되고 새로운 국가들이 탄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옛 소련 지역 유라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지 못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를 겪었던 지역이자 ‘이슬람’ 문명권이라는 두 가지의 특징이 겹쳐져 있는 중앙아시아는 이 두 개념이 유독 낯설거나 거북한 우리에게 한층 더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지역 자체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에 우리는 현실적 필요에 의해 석유와 가스 등의 에너지 대안 지역, 고려인들의 삶의 터전, 옛 실크로드의 중심지, 신 거대 게임 속 지정학적 핵심 지역 등 이미 이 지역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 왔다. 국익 중심적 논의 속에서 에너지 수급 대안 지역이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서 실물경제적 차원의 요구들은 학문적 연구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경향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중앙아시아 지역 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에 대한 세분화되고 미시적인 연구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시도를 한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서론에서 강대국들 간 충돌의 전략적 요충지, 교역과 자원의 교역의 중심지로서 기회와 도전의 공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지경학적 중 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등등 여전히 거대 담론에 입각한 중앙아시아 지역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는 단지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서언이라고 이해해도 될 만큼 본 내용은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연구의 주제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중앙아시아 지역 이슬람을 선정하여 정치와 경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세밀하게 그 관계들을 살펴본 것은 한국의 중앙아시아 연구에서 획기적인 기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