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즉 코비드19(Covid-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라 건강과 안전에 전례 드문 위협을 받고 있다. 현재 이처럼 위협적인 감염병의 신속한 지구적 확산을 낳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기후변화에 따른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증가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와 습도의 상승이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동물과 인간의 거주지 경계를 허물어 열대우림에 서식하던 세균이 인간에게 옮겨진다. 최근 20년간 30종이 넘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이 그 증거다. 2002년 이후 사스(SARS), 아프리카돼지 열병, 에볼라(Ebola), 메르스(MER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병이 거의 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의 연이은 출현으로 인해 지구가 50년 안에 종말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동·식물의 10%가 멸종의 위협 아래 놓여 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물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일으켜 온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의 파국이 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자연에 대한 지나친 개발이 파괴로 이어진 결과다. 화석에너지의 대량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급증이 생태계에 끼친 충격으로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명위기에 대해 냉정한 성찰과 전망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이다.
오늘의 기후변화와 연관된 코비드19로 인한 문명위기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어떻게 보았을까? 자유주의자가 자본주의의 수정을 통해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문명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 마르크스주 의자는 자본주의를 극복해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2019년 8월에 작고한 역사사회학자이자 대표적인 세계체제론자인 월러스틴은 인류가 자본 주의 세계경제 안에서 살아가는 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물론 사회주의 국가들도 문명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진단했을 것이다. 그는 과거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를 따라잡기 위하여 평등보다 성장이라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계경제 안에서 이 국가들은 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쟁할 뿐 새로운 사회주의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고 보았다. 즉 그는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이 공해와 독재와 같은 환경파괴와 권력독점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국가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사상적으로 마르크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지만 교조적으로 과거에 매몰되기보다 역사적 상상력을 가지고 독자적인 시대진단을 제기하였으며 미래 사회주의 세계질서의 출현을 기대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