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스틴은 사망 직전 쓴 마지막 500번째 시평에서 이런 예측을 남겼다.
근대 세계체계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누군가 어떤 집단이 1968년 복합체를 변혁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 나는 변혁을 달성할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보지만 그 의미는 50 대 50일 뿐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월러스틴은 근대세계체계를 분석하는 엄격한 학문 작업이 결코 정치적·윤리적 입장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월러스틴, 1999; 2001: 279-303). 21세기 들어 세계체계의 위기 또는 월러스틴이 지적하듯 ‘분기의 조짐’은 더욱 분명해지는 듯하다. 오랫동안 ‘산업사회’나 ‘시장경제’에 밀려났던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데서 확인되듯 세계경제로서 자본주의 체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위기의 모습은 급격한 붕괴가 아니라 돌파구 없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며 “조종을 울리는” 모습을 띨 수도 있다(슈트렉, 2018). 관리주 의가 자본주의를 일부 구원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20세기 황금시기를 되풀이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Dumenil and Levy, 2018). 브렉시트에 뒤이은 트럼프의 등장과 미-중 대립, 코로나19 대처를 둘러싼 전 지구적 혼란을 겪으며 20세기의 미국 헤게모니하의 세계질서가 처한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이 가운데 월러스틴이 이미 196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강조한 지구문화로서 자유주의의 위기(월러스틴, 1996)는 세계 전반에 걸쳐서 확산되고 있다.
세계시장과 국가간체계가 맞물리는 방식에 대해 아리기(Giovanni Arrighi)는 ‘신호적 위기’와 ‘최종적 위기’를 구분하고 앞선 헤게모니 질서의 위기로서 후자 이후의 시기를 ‘체계의 카오스’라 규정하였다(아리기, 2014). 월러스틴은 이 ‘체계의 카오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지만(월러스틴, 1999) 아리기의 용어법에 대해 서는 유보적·비판적이며 그 함의를 체계의 구조적 위기와 진정한 분기에 한정해 사용하고자 했는데, 지금 상황이 월러스틴적 의미에서 진정한 ‘체계의 카오스’에 진입하는 국면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