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이후 탈냉전시대가 도래되면서 과학기술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었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곧 냉전체제에 의거한 정치적 국제관계의 해체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시장경제체제에 기반을 둔 경제적 실리 위주의 국제협력이 확산되었다. 사회주의 체제전환국들은 시장 메커니즘을 대대로 도입하면서 구 과학기술체제를 개편하고, 과거의 과학기술협력에서 탈피하여 서구 선진국 및 주변 과학기술 강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였다(이춘근 외, 2015). 200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및 과학기술의 글로벌화가 추진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협력이 모색되기 시작하였다(박세인, 2011). 사회주의 체제전환국들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기술추격을 위해, 선진국들은 증대되는 연구개발(R&D) 비용부담을 줄이고 기술개발에 대한 위험 분산을 위해, 국가 간 혹은 기업 간에 활발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이 이루어졌다.
북한과 중국의 경우, 그동안 탈냉전시기와 공산주의의 붕괴,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큰 정치적 파동을 겪지 않고 긴밀 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은 오랫동안 구사회주의 국가들과 소극적으로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해 왔으나, 이러한 협력도 정치적·사회적·지리적 문 제로 자주 중단되거나 변경되었다(이춘근, 2015). 구소련과 일부 동구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경제적 실익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협력을 기피하게 되면서, 북한의 대외 과학기술협력은 인접국인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중국은 이례적으로 북한을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지정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북한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오랫동안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양국 간의 과학기술협력 성과가 그동안 전반적으로 미약했기 때문에, 이는 경제적 실익 추구보다는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안에서 협력이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이춘근, 2005).
중국은 1980년대 이후 문호개방정책을 실행하면서 국가 과학기술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면서 과학기술의 성과와 실익 추구를 강조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혁의 여파로 양국 간의 공동연구는 1990년대 중반을 고비로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에 양국관계가 일시적으로 냉랭해지면 이러한 정치적 상황 역시 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서보혁, 2011).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심각한 자연재해 및 경제난을 겪게 되면서 2000년대 초까지 진행된 ‘고난의 행군’ 시기에 국제 과학기술협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이춘근, 2002). 반면에 중국은 2000년도 이후 5개년 과학기술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제과학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협력대상국을 서구 선진 국가들로 확대하였다(홍성범 외, 2012). 이에 양국 간의 과학기술 수준과 주력연구과제, 국가 R&D 지원 및 자원 조달능력 측면에서 격차가 확대되면서, 실질적인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호협력 추진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