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경학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한국에서 네팔을 만나는 것은 2000년대 이후 국내로 노동 이주한 네팔 청년들의 존재를 통해서가 아닌가 싶다. 한국인은 트레킹을 위해 네팔에 가서 네팔 사회를 만나게 되는데, 적어도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에 네팔의 겨울철은 ‘코리안 시즌’이라 부를 정도로 네팔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가 많았다. 그러나 트레킹 말고는 네팔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매우 저조하고, 학문적으로도 네팔 사회를 연구하는 전문가의 수는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관광산업은 네팔 이주자의 송금과 더불어 네팔의 중요 외화 수입원이다. 네팔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카트만두 밸리(Kathmandu Valley)’와 ‘포카라 밸리(Pokhara Valley)’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산악 관광(moutain tourism)’을 위해서다. 네팔의 히말라야라는 존재는 글로벌 관광객을 네팔로 끌어들이는 데에 가장 매력적임에 틀림이 없다. 네팔의 지형적 환경을 한눈에 보여 주는 이 책의 머리말에 실려 있는 지도에 따르면 네팔 지형은 산악지역, 산록(hill) 지역, 평원(plain)지역으로 대별된다. 산악지역은 험준한 네팔 서부 고원지대에서 나지막한 동부평야 지역으로 연결되는 비스듬한 형국인데, 이런 네팔의 자연·지리적 환경은 네팔의 사회·문화적이고 정치·경제적인 맥락에서 차별과 배제를 가져온 역동적인 사회·정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지리·정치적(geo-politic)’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특히 산록지역에서 평원지역으로의 북에서 남으로의 이주 그리고 카트만두 밸리에서 생태학적 여건이 좋은 동부 네팔로의 이주에는 힌두 카스트 집단, 종족집단, 네팔계와 인도계 사이의 지배와 종속 및 배제와 포용의 역사가 현재의 네팔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팔의 비주류 집단들: 정체성의 정치, 귀속의 정치』(이하, 『네팔의 비주류 집단들』)의 저자는 인도 지역에 대한 인류학적 현지 조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적어도 2010년까지는 인도 전문가로 국내에 알려졌다. 저자가 사회·문화적으로 인도와 친연성이 강한 인접 국가 네팔 사회를 만나게 된 계기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2010년대 초부터 네팔을 방문하고 네팔 사회에 관한 연구물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그간의 연구물이 모여 『네팔의 비주류 집단들』이란 단행본이 탄생했지만, 사실 저자는 이 책이 나오기 약 6개월 전에 이 책에 소개되는 정체성과 인정의 정치에 관련된 다양한 네팔 사회운동에 역사적 배경을 제공하는 『네팔, 힌두왕국에서 인민의 나라로』(2019, 민속원)를 출간한 바 있다. 먼저 나온 책은 네팔 국가가 힌두왕국에서 세속국가로,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배제에서 포용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배경을 풍부한 문헌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네팔의 비주류 집단들』을 읽기 전에 한번 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국내에 네팔 사회 전문가가 거의 없다시피 한 마당에 저자의 두 권의 단행본은 네팔 사회를 인문·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에게 매우 유익한 입문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특히 『네팔의 비주류 집단들』은 네팔과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사회의 종족, 카스트, 종교 등이 토대가 된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연구자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