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이 책이 흥미를 끈 것은 ‘옐로우 퍼시픽’이란 이색적인 ― 너무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들었다는 ― 제목보다는 서로 다른 분과학문에 속하는 형제의 공동작업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명청시대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동아시아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문화학자의 협업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형제라는 혈연관계가 과연 분과학문 간의 벽을 넘어 의미 있는 학술적 결실을 맺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지 무척 궁금했다. “서로 다른 학문적 훈련, 다른 성품을 바탕으로 한” 공저자가 결과물에 대해 “절충적이면서 때로는 만족스럽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놓은 “머리말”을 읽으면서, 평소 학술작업에서 (형식적 학제연구가 아닌) 창조적 협업을 중시해 온 필자로서는 그들의 지식생산과정에 호기심을 갖길 잘했다는 느낌이 왔다.

물론 이런 호기심만으로 긴 서평논문을 쓰겠다고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마침 필자가 한국이 발신한 동아시아담론의 계보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기에 소장 연구자의 새로운 성과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일은 응당 감당할 과제라 여겼다. 특히 필자가 그간 관심 갖고 집중 논구해 온 동아시아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주제 목록에 (동아시아에 내재하는) 미국의 역할과 해양아시아도 끼어 있기에 자신의 입론을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