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에서 출토된 고대 화폐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는 상당히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즉, 해당 화폐1의 제원, 분포, 출토 맥락, 공반 유물, 형식, 통시적 전개 양상에 대한 연구는 물론, 발견 맥락에 따른 용도의 유추, 고조선 영역 내에서 발견된 화폐에 대한 계량적 분석, 그리고고대 화폐에 대한 해석의 심화를 위한 중국의 고대 사료, 서양 학계의 원시 화폐 논의, 한반도에서 동전 이외의 화폐가 사용되었을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진 바 있다.
고대 화폐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이렇듯 충실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최근들어 권욱택(2017; 2019)이 이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남한지역의 화폐 출토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기존과는 새로운 연구 틀(research framework)을 도입하여 고대 화폐에 대한 더욱더 다양한 해석의 경로들을 개척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연구의 틀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도입하여, 자료를 보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또한, 자료의 해석과 관련된 주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확보도 요구되고, 경험적 도구(heuristic tool)로 사용될 수 있는 외국 화폐 발견 사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영남 내륙지역의 무덤 출토 오수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1) 고고학 자료의 패턴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론인 ‘네트워크 분석’을 도입하고, 2) 화폐와 시장경제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심화시키고, 3) 화폐 출토와 관련된 외국 고고학의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고에서 ‘영남 내륙지역의 무덤 출토 오수전’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한반도 출토 화폐 중 이 자료야말로 ‘네트워크 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어떻게 해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영남 내륙지역의 무덤 출토 오수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석이 오수전 그 자체 혹은 출토 유구의 맥락 분석에 기반한 기능 유추에 머물렀다면, 본고에서는 ‘화폐’를 머나먼 세계에 대한 인식, 그러한 세계에서 온 물품에 대한 선호, 그리고 그 물품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던 유통망 존재를 나타내는 ‘외래유물’의 일종으로 접근하고, 네트워크 분석이라는 방법론을 적용하여 시론적으로나마 ‘외래유물’ 유통망의 작동에 대해 살펴보고, 그 유통망 속에서 화폐의 존재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