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있는 사육종 동물이며 모든 대륙에서 길러지고, 그 어떤 동물보다도 많은 사회에서 식용된다. 사람들은 지위나 재산, 사는 곳과 무관하게 나름의 방식으로 닭을 먹는다. 그런데 닭이 현재와 같이 널리 가축으로서 길러지게 된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인간과 닭의 관계는 몇 차례의 변곡점을 넘었다. 본고에서는 동아시아 고대사회 닭의 확산과 그 양상에 담긴 함의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동아시아에서 야생 동물의 순화(馴化, domestication)는 아시아 대륙 각지에서 이루어졌고, 이 사육종 동물들은 중국을 통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전해졌다. 순
화란 야생 동물이 인간에 의해 서식환경, 먹이, 번식과정 등이 관리된 결과, 야생의 원형종과 확연히 구별되는 형질적·생리적·행동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종, 즉 사육종 동물 ― 가축 ― 으로 변화되는 것을 일컫는다(Clutton-Brock, 1999; 이준정, 2013에서 재인용). 중국 대륙에서는 돼지, 소, 말, 개 등 대부분의 사육종 동물이 신석기시대부터 길러졌지만, 한반도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사육된 동물은 개가 유일하고, 그 외의 사육종 동물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즈음 초기철기~원삼국시대에 이르러서야 사육된 증거가 확인된다(이준정, 2011). 한반도 내에 서식하던 야생 동물이 순화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어, 주변 지역에서 순화된 사육종 동물이 한반도로 도입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에는 가축의 등장이 상당히 늦어지게 되었다.
닭의 순화 과정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딘 편인데 동물고고학 교재에서조차 주요 사육종 동물로 다루어지지 않다가 최근에서야(Reitz and Wing, 2008) 다소 진전된 연구 내용이 소개되었을 정도다. 한반도에서도 언제부터 닭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다만 꿩[雉稚]과 구분되는 긴 꼬리를 가진 닭[長尾鷄]이 삼국지 위지동이전이나 후한서 등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시기에는 한반도 내에서 닭이 사육되었을 것이라는(조태섭, 2017: 9)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이처럼 닭의 순화 과정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닭이 다른 사육종 동물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순화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고고학 유적에서 닭 유존체1의 출토 빈도가 높지 않은 것 또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역사기록에 닭에 대한 언급이 빈번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고학 유적에서는 닭 유존체가 출토된 사례가 거의 없다. 과거에 닭 유존체가 출토된 것으로 보고되었던 몇몇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대부분 꿩으로 재보고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