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외교와 통상 분야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식은 답보상태다. 특히 선사와 고대의 역사, 문화에 대한 국내 연구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ODA 사업의 형태로 불탑, 사원 등에 대한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미술사와 건축학 분야에서는 작으나마 변화의 조짐이 보여 희망적이다.
한국사에서는 해상실크로드의 형성, 고대 국가 형성 과정 비교 등의 목적을 띠고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권오영, 2019). 고고학 분야에서는 유리구슬과 홍옥수로 만든 장신구가 원거리 유통되는 과정, 그리고 영산강유역의 대형 전용 옹관과 베트남 중부 사 휜(Sa Huynh) 문화 옹관과의 비교 등이 연구 대상이 되었다.
특히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옹관문화를 바탕으로 영산강유역 고대사회를 이해하고 주변국과 비교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정리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베트남의 옹관묘에 대한 현지 조사와 자료 집성을 수행하였다(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2016). 또한, 베트남 옹관묘에 나타난 장송의례적인 요소를 검토하고, 영산강유역의 사례와 비교하는 연구도 이루어졌다(최미숙, 2020).
그 결과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 휜 문화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동남아시아의 선사-고대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사 휜 문화의 옹관이 매우 특징적이고 영산강유역 옹관과 비교할 만한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 휜 옹관이 동남아시아 전체의 묘제와 장제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 휜 문화와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있는 문화 이외에도 수많은 지역문화가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하였으며 각기 특징적인 묘제와 장제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포괄적 이해 없이 사 휜 옹관과 영산강유역 옹관을 직접 비교하는 작업은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