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 사회에서 독립된 예술 장르로서 확고한 위치를 갖는 선전화의 양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였는지를 창작과 표현의 측면에서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북한의 선전화는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 약 70년 걸쳐 인민을 혁명으로 인도하고 사회발전을 추동하는 이른바 ‘위대한 생명력이 있는 미술’로 북한 사회에 굳건히 뿌리내렸다. 북한 주민은 책자, 신문, 전람회, 옥외 알림판, 텔레비전 등 일상생활의 여러 다양한 층위에서 선전화를 경험하며 그 내용을 흡수한다. 선전화의 내용은 지도자의 메시지, 당의 정책과 방침, 그리고 인민에게 요구되는 과업과 일상의 통제까지 광범위하며,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매우 일상적인 생활에 파고든다. 북한 정부가 수립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창작되며 주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선전화의 위상을 고려하고 그 변화를 통사적으로 살피는 것은 고유한 예술 장르로서 선전화의 미학과 예술로서 그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한편, 그동안 이뤄진 북한 예술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구체적인 시각적 자료에 근거하기보다는 미학이나 창작 이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이는 남한에서 접근 가능한 시각자료가 북한에서 유통한 출판물의 2차 자료라는 한계점과 더불어 국가보안법에 의해 1차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크다. 이러한 한계에 따라 북한 선전화에 대한 연구도 아직은 소략한 편이다. 최근까지 진행된 선전화에 대한 연구는 크게 내용의 정치적 함의에 집중한 연구와 시기적 분류를 시도한 연구, 여성 도상이나 슬로건 등 특정 주제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의 연구가 구체적 정보가 희석된 2차 자료를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 시기와 이미지를 분절적으로 살피거나, 정치적 의미에 집중해 선전화의 이미지와 정치·사회적 연결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북한 자료에 대한 접근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국내 환경에서 연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