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일본에서 지카타(地方, 이하 지방이라 칭함)라는 용어는 원래 마치카타(町方)에 대한 농촌(촌락)을 가리키는 것이고, 지방행정이란 토지 및 조세제도 등을 갖고 햐쿠쇼(농민)를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그동안 근세 일본의 촌락(및 자치) 혹은 한국과 일본의 촌락에 대한 비교연구는 있었지만, 일본의 지방행정, 특히 번의 군정(郡政)을 중심으로 한 지방행정조직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그동안 지방행정에 대한 거시적 분석과 지방행정에서의 특정한 조직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도 지니고 있다. 구체적으로, 근세 지방행정에 대한 연구는 주로 번주 권력의 강화와 지카타치교(地方知行)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지방 지배체제와 지방행정 기구의 확립 및 전개과정을 논했거나, 혹은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촌락의 자치를 논하였다(谷口澄夫, 1995; 服藤弘司, 1987; 田中誠二, 1991). 이런 연구는 번의 지방 지배체제 및 지방 기구 성격 및 역사적 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행정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었다. 행정의 실태 혹은 지방행정에 대한 미시적 분석은 최근에서야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와키 타쿠지(岩城卓二, 2010)의 막령(幕領)의 다이칸쇼(代官所), 요시무라 토요오(吉村豐雄, 2013)와 이마무라 나오키(今村直樹, 2015)의 구마모토번(熊本藩)의 데나가카이쇼(手永会所), 모리시타 토오루(森下徹, 2004)의 조슈번(長州藩) 사이반(宰判, 군에 해당)의 감바(勘場)이다. 이들은 기구의 편제와 운영원리, 구성원의 신분, 특히 무사가 아닌 햐쿠쇼 출신인 봉공인을 분석했다. 특히 모리시타의 데코(手子) 사이의 인간관계 및 부패, 요시무라의 데나가카이쇼를 기반으로 한 품의제 확립, 이마무라의 데나가카이쇼의 제도적 실태와 인사행정의 분석은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분석 한 구마모토번과 조슈번은 일본의 주변부 지역에 위치하고 또한 구족(舊族)다이묘가 지배한 번이다. 이와 같이 강한 지역성과 역사성을 띤 이들 번의 특정조직에 대한 연구는 근세 일본의 지방행정조직의 보편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 그동안 구조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군카이쇼 등과 같은 군 전체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전술한 것처럼 대부분 지방제도의 역사적 과정 혹은 제도 변천이나 법령에 근거한 직무내용 등이었다. 그리고 막부도 다이칸쇼를 두지만, 다이칸쇼는 기본적으로 연공징수 사무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막부 간조가시라(勘定頭, 재정담당)의 관할 아래에 있다는 특수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일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번이 지배 통치하는 범위와 영역이 막령의 다이칸쇼(약 430-460만 석)보다도 더 넓다. 근세 일본의 지방행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번이 지배하는 지방행정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