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진혜 (일본학술진흥원)

‘고려인’은 구소련 지역의 한인을 이른다. 이들은 전 세계 약 750만 코리안디아스포라의 일부이기도 하다(대한민국외교부, 2019: 14). 현재 한국 내 연구상에는 재소한인, 구소련한인, 고려사람, 고려인 등 이들을 지칭하는 다양한 호칭이 혼재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내에서 가장 통용되고 있는 고려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로 한다.

고려인의 역사는 조선시대 기근과 질병 그리고 가혹한 수탈을 피하고,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연해주로 이주한 소수의 조선인 월경민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것이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기 극동으로의 고려인 최초 이주다. 극동지역에 정착한 고려인은 조선에 남은 가족과 친지들을 불러 마을과 공동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의 민족정책에 의해 고려인은 삶의 근거지를 그대로 남겨 둔 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해야 했다.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에게는 제한된 지역과 구역 외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1953년 스탈린 사후 포스트 스탈린기를 맞으며 고려인에게 이동의 자유가 주어졌으나, 그들의 본격적인 민족적 권리의 복권과 명예 회복은 1980년 후반 페레스트로이카기에 이르러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려인사회는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15개의 독립국가 탄생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련 해체 후 형성된 각국에서는 각국의 기간민족(titular nation)을 중심으로 한 국민통합이 진행되어 왔다. 이에 따라 각국의 국민통합에 대한 소수민족의 대응 형태는 다양하고, 그들의 아이덴티티 또한 각기 다르게 형성 및 전개되고 있다.

제정 러시아기 월경민으로서 조선에서 극동으로 이주한 이래, 고려인은 ‘소련’을 구성하는 하나의 소수민족이었고 현재는 ‘각 독립국’에 속한 하나의 소수민족으로 이해된다. 또한 고려인은 민족 카테고리로서의 ‘고려인’에서 ‘러시아 고려인’,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카자흐스탄 고려인’ 등과 같이 분화되고 있다(김게르만, 2014: 259). 또한 각국의 고려인으로 분화된 이들의 아이덴티티는 각각의 상이한 형태로 각국의 특성에 따라 전개하고 변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