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분야에서 사회경제적 제도에 관한 개인의 인식을 살펴보는 것은 국가의 제도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제도의 발전 전망을 예측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 국가의 제도적인 배열과 개인의 미시적 환경이 맞물려서 형성되는 제도에 관한 개인의 인식은 특정 사회가 갖는 특수성을 투영하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legitimacy)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립셋(Lipset, 1961)은서구사회에서 이루어졌던 민주주의적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이를 지지하는 중산층 계급의 확대가 존재하였음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교사회정책 학자인 코르피(Korpi, 1980)는 고용보호정책을 지지하는 노동자 집단의 정치적인 세력화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복지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복지·경제·정치 제도에 관한 개인의 인식 데이터가 국가별로 구축됨에 따라 인식 연구의 경계는 국가 비교 연구 수준까지 확장되기도 하는 추세다(Andreß and Heien, 2001: 337).
그러나 사회경제적 제도에 관한 인식 연구는 그 대상을 주로 서구사회로 한정하여 살펴보는 데 그쳤다. 가령 에스핑-안데르센(Esping-Andersen, 1990)이 제시한 ‘복지자본주의의 다양성’ 개념에 착안하여 ‘복지인식의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에서도 체제전환국 국민의 인식 구조에 관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Svallfors, 1997; Bonoli, 2000; Gelissen, 2000; Blekesaune and Quadagno, 2003). 이에 따라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체제전환국 국민들의 사회 제도에 대한 인식 분야는 이론적인 공백(theoretical gap)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연구에서 체제전환국 국민이 특정 제도에 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도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졌으나(Mishler and Rose, 2001; Habibov, 2013; Pop-Eleches and Tucker, 2014) 복지·경제·정치 제도에 관한 인식을 종합해서 살펴본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를 마치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고 생각할 때 체제는 그 조직 구성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 양식(pattern)을 의미하기 때문에 체제 전환이라는 사건은 어느 한 가지 영역에서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조직 내 모든 구성 요인들의 양식이 이전과 다른 형태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구소련 국가들이 1990년대에 경험한 체제 전환은 복지·경제·정치 제도 전반에 걸친 매우 광범위한 변화를 동반하였다. 따라서 체제전환국 국민들의 제도 인식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어느 한 영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주요 제도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