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은영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더불어 장차 미-중 분쟁의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역내 국가들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오는 미-중 무역 전쟁은 왜 특정 시기에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특히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미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처벌, 관리하며 무역 전쟁에서 특히 지적재산권과 기술 이전 관련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연구는 본래 다음과 같은 거시적 질문에서 문제 의식이 시작되었다.

왜 어떤 국가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어떤 국가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왜 어떤 국가는 기술 혁신을 통해 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며 성장하는 반면, 어떤 국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대 추구 국가나 생산 국가 수준에서 발전의 동력이 멈추는 것일까? 솔로우 모델이 함의하는 바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이 최적인 한계점에 다다르면 그 이후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적 자본과 기술(technology)발전을 통해 성장 커브 자체를 위로 상향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서야 비로소 또다시 새로운 성장 곡선상에서 더 높아진 또 다른 임계점을 향한 성장이 지속된다. 즉, 생산 국가로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결국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 유지하고 장기적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성장 곡선상에서의 경제 성장은 한계에 다다르고 추가적인 경제 발전을 하기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은 장기적 경제 발전의 사활을 좌우하며, 넓은 시각에서 보면 장기적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중 패권 다툼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생산 국가(manufacturing state)로서의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해 나갔고, 세계 무역 구조에서 선진 국가들은 첨단기술의 판매자, 중국은 그 구매자이자 생산 국가로서 분업을 수행하며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생산 국가에서 혁신 국가로 경제 발전의 목표를 수정하고 첨단 정보 통신 분야에서도 한국과 미국을 추격하면서 그러한 분업 구조에 분열이 오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기술의 ‘구매자’가 아니며 기술의 ‘판매자’로서 동등한 경쟁자의 위치에 오르기 시작하고 있고, 그 기술추격의 속도와 정도가 가장 탁월한 부문 중의 하나가 중국의 정보 통신 부문이다. 화웨이와 ZTE는 삼성 및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중국의 정보 통신 기업들의 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미-중 무역분쟁에서 화웨이와 ZTE가 특히 미국 정부에게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은 ‘왜 지금인가’라는 타이밍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에 함의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