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고백하자면 본인이 이 서평을 쓸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저자에게 수업을 듣고, 조교로도 오래 활동하고, 지금 수업에서 저자의 책을 교재로 쓰는 등 저자가 하는 이야기와 지금 내 자신의 생각 자체가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본인도, 저자도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공부했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일지 모른다.
또한 이 책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제국 일본』이 나온 지 이미 시간이 꽤 지나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2019년에 출판된 것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2007년에 나온 책의 재판이다. 게다가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이 대폭수정과 보완을 거친 것이지만 초고 집필은 더 시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오래되었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빛이 바랬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 생각의 단초들이 현재까지도 그의 작업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다른 어떤 자작들보다 더 중요한 저작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지금’의 관점에서 의미를 평가하고, 그때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현재의 연구들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지적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각 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도, 일반적인 이야기로 상찬하는 서평을 쓰는 것도, 그렇다고 한계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끝내기도 무언가 마뜩찮은 면이 있다. 이러한 헛헛함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평이란 형식의 글이지만 이 책에 대한 세세한 논의 자체보다는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 그 자체에 주목하고, 그 안의 숨겨진 맥락들을 재구성하는 편이 바람직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