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 통상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전환기에 아세안의 무역분쟁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통상정책을 전망하고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있어 꼭 필요하다. 현재 국제질서의 변화에 따른 WTO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아세안의 WTO 무역분쟁 사례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아세안의 WTO 무역분쟁에 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분석의 결과물이다. 아세안 회원국의 WTO 무역분쟁의 추이 분석과 주요 분쟁 사례를 통해 해당 국가의 무역정책, 산업구조, 대외 경제 관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저자는 국제통상질서의 변화 속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세안의 경제적 역할에 주목한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비해 자유무역질서에서 책임을 다하기에 결함을 지닌 반면, 아세안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WTO 무역분쟁 관련 논의가 국제법 해석에 중점을 둔다면 지역과 국가 차원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개별 국가의 특수성에만 주목할 경우 WTO 다자무역체제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접근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연구로 아세안 국가들의 WTO 분쟁의 배경, 추이, 사례의 특징에 대한 예리한 분석 결과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아세안 경제협력과 무역분쟁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하며 축적한 저자의 통찰력을 잘 반영한다. 다각적 분석, 자료의 시각화, 사례의 수집과 분석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 연구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통계 자료와 분석은 향후 다양한 아세안 관련 연구에 2차 자료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통상을 논의함에 있어 복잡한 통계나 어려운 법률용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서술은 저자의 또 다른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WTO 무역분쟁 사례를 지역적 맥락과 시기적 특성과 연계하여 설명한다. 후술하는 학문적 의미와 함께 이 책은 딱딱한 통상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다. 신남방정책의 핵심파트너인 아세안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 아세안 통상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