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가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20세기 중·후반부터 제기된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가령, Chow and Chow, 1997)은 크게 빗나간 것 같지 않다. 표 1에서 보듯 세계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여러 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세계 202개국 중 1/4이 아시아에 위치하며, 세계 영토 면적의 1/4을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인이며, 세계 명목GDP의 38%, 구매력 기준 GDP의 46%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라는 세계 성장의 두 축 그리고 이들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시아의 국가들은 그 전체로서 이미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시아는 너무 넓고, 너무 다양하고, 너무 분열적이고, 너무 큰 발전의 격차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로 포착하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다. 혹자는 아시아를 “지리적 우연(geographical accident)”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Economist 09/04/08). 이 거대하고 다양하고 분열적인 아시아를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정치체(polity)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Acharya, 2011; Sanjay, 2016).

그런데 ‘아시아’라는 용어를 둘러싼 개념사적 전개 과정을 검토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인들이 아시아에 대해 느꼈던 위협 인식의 요소와 결부되면서 유럽에서 확산된 이 ‘아시아’라는 용어는, 제국주의 시기 유럽에 의한 위협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에 대응하는 아시아인들의 유럽에 대한 위협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시아적 연대성을 강화하는 개념적 보따리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아시아 내에서 확산되었다. 그리고 탈냉전 이후 다시 부상하는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위기의식과 아시아인들의 새로운 자의식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의 필요성이 다시 요청되는 과정 가운데, 아시아라는 용어는 복잡한 뉘앙스를 내포하는 개념으로 전화되고 있다.

이 글은 특히 탈냉전 이후 지구질서의 변동 가운데 아시아 전체가 하나의 지역으로서의 특성을 강화해 가는 질적인 변모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고 분석할 필요가 커가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같은 아시아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우선, 아시아라는 용어의 기원과 전화 과정을 개념사적으로 검토하여 아시아 개념이 지니는 전체로서의 함의를 밝히고, 21세기 부상하는 아시아를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틀로서 ‘메가아시아’라는 개념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지역으로서 메가아시아 개념이 지니는 이론적 및 실천적 함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