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시아 지역’은 ‘아시아의 세기’ 담론,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 및 지속가능성,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긴장 고조 및 안보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주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강대국화, 미국의 (동)아시아로의 회귀 사이에서 동아시아 역내 국가·사회 내에서도 기존의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라는 지역 구분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새롭게 인식하고 전략적·학술적으로 탐색하는 시도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21년 현재, ‘동아시아 지역’이 ‘아시아 시대’의 대표주자로서 부각되고 논의가 활성화되는 근저에는, 세계화의 빠른 진전 속에 서구 주도의 세계질서/체계가 동요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치열한 탐색의 과정이 놓여져 있다. 즉, 동아시아 지역이 지정학, 지경학, 지문화적 차원에서 과거 ‘주변부’로서의 성격을 벗어나 가장 핵심적인 지역 중 하나로 거듭나면서, 외부자적 시각과 내부자적 관점이 교류하고 긴장하는 새로운 국면, 나아가 세계질서/체계의 변동을 구성하는 힘을 갖춘 (또는 갖출 수 있는) 지역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경학적 측면에서 최근 아세안 국가들의 빠른 추격과 글로벌 산업구조의 동아시아로의 공간적 외연 확대, 지문화적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 증대와 영향력 및 역내 상호교류의 증대, 지정학적 차원에서 한반도/대만/홍콩 문제, 남중국해 및 해양도서 영토분쟁 등 탈냉전과 탈식민, 미중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범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사안들이 아시아 지역, 특히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국 국내에서도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지역’이란 질문은 ‘동아시아 담론’의 형태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되짚어볼 성찰적인 필요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적 문제를 보다 주체적으로 적극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모색이란 측면에서 ‘동아시아 지역’은 보다 적극적으로 상상·고안되고 실천·실험의 핵심적인 장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국 내 ‘동아시아 담론’은 ‘동아시아 지역’을 단순한 지리적 범주를 넘어 지역질서, 경제권역, 문명권, 사유공간, 연대의 장 등으로 사고·상상할 수 있는 풍부한 담론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윤여일, 2016). 냉전질서의 해체와 세계화의 흐름이 개별 국가를 넘어 ‘동아시아’라는 ‘지역(region)’에 주목할 배경을 마련했다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공동의 위기에 대응하여 역내 국가 간 실질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아세안+3(ASEAN+3),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제도화를 진전시키는 기초를 놓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