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 사이에서 흔히 ‘중동(Middle East)’ 또는 ‘서아시아(West Asia)’라고 불리는 지역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경계를 가진 지역이다. 미국 CIA World Factbook은 가자 지구에서 남쪽으로는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오만, 북쪽으로는 카프카스 3개국(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아우르는 지역을 중동이라고 지칭하는 반면, 미국 국무부는 서쪽으로는 모로코, 동쪽으로는 이라크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이란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근동(Near East)이라는 용
어를 사용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모로를 제외한 아랍연맹 회원국 21개국에 이란을 추가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라고 부른다.
이처럼 중동 또는 서아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은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 없이사용되고 있다. 이는 중동 또는 서아시아 지역의 경계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외부인의 관점과 목적, 의도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되었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이 지역을 중동 또는 서아시아로 만드는 특성 또한 외부인에 의해 정의되었으며,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와 언어, 민족집단의 다양성은 중동 문화 또는 이슬람과 같은 하나의 요소로 환원되어 동질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와 같은 인위적 지리 구분은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대서양에 접해 ‘서구’ 국가인 이탈리아나 독일, 프랑스보다 서쪽에 있는 모로코와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란을 같은 중동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슬람권 문명의 중심지로서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이집트를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과 같은 아시아 국가와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서아시아라는 범주는 이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적합한가? 이와 같은 질문들은 중동과 서아시아라는 범주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잘 보여 준다. 이에 더해 내부자의 시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아시아 사람들은 중동과 서아시아라는 타자에 의해 구성된 인위적 범주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구성해 왔다. 이를 살펴보는 작업은 중동과 서아시아라는 지리적 범주가 가진 한계와 인위성을 환기하고 간과되었던 내부자의 시선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해 본 연구는 국내에서 주로 통용되는 서아시아보다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지리적 범주인 중동에 초점을 맞추어 서구의 발명품으로서 중동이라는 개념의 기원과 발전 과정, 그 인위적인 성격을 규명할 것이다. 이어 본 연구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중동 개념에 대한 학계의 비판을 조망하는 한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기에 더욱 적합한 개념으로서 호지슨(Marshall Hodgson)이 제시한 대안적 개념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