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유럽이 자기를 표상하고 유럽을 다른 지역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였다. 아시아란 무엇보다도 유럽이 자기를 규정하는 데 필요했던 것이었다”(사카이, 2006: 31). ‘아시아’는 이렇듯 타자에 의해 규정된 개념이자, 타자의 필요에 따라 변화해 온 개념이다. 오늘날 아시아인 스스로가 아시아를 규정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시아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의 자기규정에 있어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아시아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기존의 연구를 통해서는 아시아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가에 대한 계보학적 이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냉전 시기까지 다룬 연구들에서는 담론 중심의 분석이 주로 이루어졌고, 실증적 분석이 제시된 경우에는 그 시기가 20세기 전반으로 한정된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아시아를 바라보는 오늘날 서구의 관점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이러한 서구의 현재 관점에 접근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아시아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서양 출판물의 키워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문화유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개념이 20세기 초 국제법의 맥락 속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고, 그것의 보호와 관리를 위한 노력들이 초국가적 기관 단위에서 수행되는 만큼, 문화유산 관련 제도나 인식이 세계의 시각을 ― 더 정확하게는 문화유산 담론에서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서구의 시각을 ― 반영하기 때문이다. 또한 출판물은 지식 생산을 통해 지배권력을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기에, 서구 출판물에 반영된 아시아 인식은 서구에서 용인하고 유통되고 있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출판물 저자의 국적이나 소속기관은 고려하지 않고, 영어로 출간된 출판물인 경우에는 서구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