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충환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현대적 의미의 관광은 그 자체의 장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정치경제적, 역사적, 사회문화적 차원들과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Stronza, 2001: 261). 다시 말해 관광은 무의미하고 메마른 일상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과 진정성 추구의 함수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과 장소를 관통하는 “사람, 자본, 이미지, 문화의 흐름을 수반”(Meethan, 2001: 4)하는 자 본주의적 상품생산과 소비의 과정으로서 현대 세계의 문화적 위계, 정치적 권력관계,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관광에 관한 연구는 글로벌시대 인류의 사회적 삶을 스펙트럼처럼 펼쳐놓는 의미심장한 창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은 오랫동안 그 표피적 이미지의 ‘천박성’과 ‘상업성’으로 인해 현대인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진지한 연구자들에게 본격적인 지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최근까지 한국의 학계도 주로 관광학과 관광경영학 진영에서 산업으로서의 관광을 경제성장과 발달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접근하는 실용적·응용적 성격의 연구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광을 경영학적 관점이나 개발론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시도한 『아시아 투어리즘: 동아시아여행과 지리적 상상』(이하 『아시아 투어리즘』)의 출간은 문화로서의 관광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해 온 인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투어리즘』은 동아시아 관광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한국, 중국, 일본 투어리즘의 역사성, 장소성, 진정성의 사회문화적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는 총 9개의 사례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본서의 편집자인 강명구와 정근식은 개별 연구들을 다소 느슨하지만 하나로 묶는 공통 논제를 통해 다시 두 개의 부로 나누고 있다. 1부는 관광객의 사회문화적 배경, 미디어, 관광객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 동아시아 관광을 탐구하는 4편의 논문, 2부는 탈냉전, 장소성, 문화유산이라는 맥락에서 관광 대상의 진정성이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을 조명하는 5편의 사례연구로 구성된다. 『아시아 투어리즘』은 관광학과 관광경영학의 성장·발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관광을 중층적이고 다의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실천적 의의를 가진다. 본서는 또한 기존 관광학계의 연구가 주로 정형화된 정량적 분석에 치중해 있었던 데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질적 접근과 양적 접근을 적절하게 융합해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으로도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학술서이다. 이 리뷰에서는 『아시아 투어리 즘』의 이론적·실천적·방법론적 의의를 상수로 두고, 본서에 실린 9편의 연구가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조심스럽게 평함으로써 후속 연구자들의 보다 진전된 연구를 위한 지적 발판을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