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행해진 시진핑 주석의 연설은 시진핑 주석하에서의 중국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명분으로 압박하는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구미지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지적을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갈라놓고 대립시키려는” 시도이고, 환영할 만한 “건의와 선의의 비평”이 아니라 “‘교관’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라고 비판하며, 그러한 시도는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만든 강철 장성 앞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인민망 21/07/02). 바야흐로 세계정세는 이제 단순히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경제적 대립을 넘어서서, 코로나19사태의 대처에서 보듯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및 효율성을 둘러싼 진영 간, 체제 간 공방과 경쟁이라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중 또는 구미와 중러 간의 관계양상이 대립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견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4년마다 보고서를 발간하는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4월에 ‘글로벌 트렌드 2040’을 통해서 20년 뒤의 세계정세 와 관련해 5가지의 가상시나리오를 제시했다(미국 국가정보위원회, 2021). 첫째는 미국과 그 동맹국 중심의 열린 민주주의가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계 속해서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는 ‘민주주의의 부흥(Renaissance of Democracies)’이고, 둘째는 중국이 앞서 가지만 완전한 지배력을 가지지 못한 채 성장이 정체되고 국제규범이 흔들리게 되는 ‘표류하는 세계(A World Drift)’이다.
셋째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성장과 자유무역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현존의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 넷째는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 등의 강대국들이 분열되어 치열한 생존경쟁을 추구하는 ‘고립 및 분열된 세계(Separate Silos)’, 그리고 다섯째는 극심한 기후변화와 식량난 등으로 사회적 불안정이 증가함에도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대응을 강구하게 되는 ‘비극과 동원(Tragedy and Mobiliz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