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호에 게재한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 프랑스어 장서에 얽힌 제국주의 시대 지성사의 네트워크에 대한 논문의 후속 연구이다(권윤경, 2018). 1924년 건립된 경성제국대학의 부속도서관은 약 55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식민 지 조선 최대의 도서관이었다(정준영, 2009; 정근식 외, 2011; 정선이, 2002; 정근식, 2010; 진필수, 2017). 서양서가 그중 12만 권을 차지했지만, 이 책들은 학제와 언어 간의 장벽에 막혀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필자는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경성제대의 서양어 장서를 언어별·주제별로 나눠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의 1차 조사는 장서의 윤곽만을 밝혀냈을 뿐, 오히려 이 장서들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세분화된 공동연구와 비교사적 작업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했다.
이에 따라 2016년의 두 번째 연구에서는 범주를 동아시아 관련 도서로 좁혔다. 연구자들은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로 된 동아시아 관련 도서들을 분담하여 경성제대 장서에 얽힌 동서양 오리엔탈리즘의 네트워크를 밝혀내고자 했으며, 필자는 그중 프랑스어 도서를 맡았다. 프랑스어 장서는 독일어나 영어보다 수가 적어서 전수조사를 할 수 있었지만, 정량분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 때문에 필자의 지난 논문은 프랑스 동양학 형성 과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후 여기에 얽힌 제국주의 지식 구조의 네트워크를 밝혀내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삼았다. 그 속에 경성제대 도서들을 위치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장서의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